2014년 1월 20일 월요일

탄력성과 직관적인 소통

황승식 교수는 통계나 확률적 표현들을 보다 직관적으로 해서 일반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각별한 고민을 하시는 분이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게르트 기거렌처의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번역 출판하기도 했다.

최근 황교수는 페이스북에서 탄력성 값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의견을 냈고, 이덕희 박사와 논의를 하고 있는데, 나도 약간의 이견이 있어서 정리해 둔다....

예컨데 이런 상황을 생각해 보자, 담배가격이 현재 1,000원인데 100원 인상했더니 전국의 월 담배소비량이 10,000갑에서 1,200갑이 줄어서 8,800갑이 되었다고 하자. 이럴 때 탄력성 값을 그대로 써서 표현하면 (왜 그런 값이 나오는지는 조금 있다 생각하고)
1) 담배소비량의 가격탄력성은 1.2
으로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직관적이지 않고 탄력성이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암호 비슷한 그런 내용일 것이다. 그래서 이것을 조금 풀어서,
2) 담배가격이 1% 상승하면, 담배소비량은 1.2% 줄어든다. 
라고 표현하곤 한다. 위 1)의 탄력성이라는 것은 12%를 10%로 나눈 것이다. 이것은 첫번째 표현보다는 한결 쉽게 보이는데, 황교수는 과연 일반 독자가 이런 표현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표현도 오만한 것 아닐까, 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그래서 차라리
3) 담배가격이 100원 상승하면, 담배소비량은 1,200갑이 줄어든다
라고 쓰자는 데까지 나간다. 물론 이 표현은 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쉽다.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데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가 사라진다는 것, 그러니까 1,200갑 줄어든다는 것의 의미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의 예와는 달리 담배소비량이 1,000,000갑에서 1,200갑으로 줄어들었다면 여전히 3)의 표현 그대로이겠지만, 그 의미는 너무도 다르다. 앞의 1,200갑 줄어든 것은 상당히 줄어든 것이지만, 뒤의 1,200갑 줄어든 것은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 이런 치명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가격이 몇원 올랐고, 소비량이 몇갑 줄어들었다는 정보는 애초에 가격이 얼마였고, 애초에 얼마나 소비했는가와 같이 표현하는 수밖에 없다.
4) 담배가격이 1,000원에서 100원 상승하면, 소비량은 10,000갑에서 1,200갑 준다.
이렇게 표현하면 되긴 하는데, 글쎄 이것을 요약한 표현으로서 2)의 표현은 용인될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보도자료를 쓸 때, 제목에는 2)와 같은 표현을 쓰고 본문에 4)의 내용을 담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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