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5일 토요일

OECD Revenue Statistics 2015

지난 12월 3일 (목) OECD Revenue Statistics 1965~2014 가 발간되었다.

아래 몇가지 통계만 정리해 둔다. 이하에서 총세수는 사회보험료를 포함하는 총부담의 개념으로 사용한다.

1. OECD Average Tax-to-GDP ratio


국제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34.1%에서 2009년 32.7%로 하락한 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14년 34.4%로 최고치였던 2000년의 34.2%를 넘어섰음 (이는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임).

2. 고부담국, 저부담국


2014년 한국의 부담율은 24.6%로 멕시코, 칠레와 더불어 저부담3국이었다. 고부담국은 덴마크가 50.9%로 1위였고 그 뒤를 이어 프랑스와 벨기에가 차지.

3. 세목별 세수가 총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


이게 여러 표에 쪼개져 있어서 정리하는데 애먹었는데, OECD의 경우 2007년 경제위기 이후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졌다. OECD 조세정책센터장인 파스칼 생-아망은 “2007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세부담 증가의 대부분은 사회보장기여금, 부가가치세, 소득세의 증가를 통해 개인에게 전가되었다. 기업으로 하여금 공정한 몫의 세부담을 하게 할 필요성이 크다”라고 입장을 천명.

반면 한국은 OECD 평균에 비해 법인세수가 총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인데, 이것으 워낙에 한국의 기업소득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하고, 또 법인의 총부담은 법인세 외에도 사회보험료 중 법인기여분, 페이롤 텍스에서의 법인기여분(통상 50%)를 고려하면 그 차이는 대폭 축소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Source: OECD 홈페이지에서 보도자료와 관련 정보를 다운받을 수 있다. 본문은 비회원의 경우 온라인으로만 읽을 수 있으면, PDF 파일을 다운받으려면 억세스 권한이 있어야 한다. (주요대학 도서관 멤버쉽이 있으면 그걸 통해서 구하면 됨).

2015년 11월 25일 수요일

금융위기의 정치적 귀결 (차트 읽기)

금융위기는 정치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킬까라는 질문에 대한 독일 학자들의 최근 연구 결과를 살펴봤다. 흥미롭고 또 불안하고...

1. 데이터

1870~2014년까지 20개 선진민주국가에서의 800여건의 선거를 분석, 이 기간동안 100건 이상의 금융위기가 발생.

2. 극우파의 부상

이 차트는 금융위기 직전 5년간의 극좌파와 극우파의 득표율을 정리한 것인데, 검은색의 극우파는 위기전에 비해 위기후 두배 가까이 증가하였지만, 흰색의 극좌파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두번째 차트는 2004, 2009, 2014년 세차례에 걸쳐 유럽 주요국가의 극우파와 우파파퓰리스트의 득표율을 정리한 것으로 2007~8년 위기 전후를 비교할 수 있게 해 준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들의 득표율은 크게 상승해서 2004년에 비해 2014년에는 평균 세배가 되었다.





이번 차트는 금융위기 이후 5년간에 걸친 극우파의 득표율의 추이 (붉은선은 평균치, 회색은 90%신뢰구간). 5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차대전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봐도 대차 없음.








3. 정치의 파편화 또는 정부활동의 난관 심화

금융위기는 전반적으로 정치를 파편화시키고, 정부활동(governing)을 어렵게 만들었다. 위기 이후 특성을 보면 집권당의 득표율은 낮아지고(차트 1행), 집권하지 않은 정당의 득표율은 상승하고(2행), 정치적 양극화는 심화되고(3행), 의회에 진출한 정당의 개수는 늘어난다(4행).

그리고 이러한 특성은 2차대전 이전보다는 2차대전 이후 기간에 더 뚜렷하였다.

(참고로 3행의 정칙적 양극화(fractionalization)은 다른 당에 속한 의원이 다른 방향으로 투표하는 것을 측정하는 지표로서 현대정치학에서 많이 분석하는 것)



정부활동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또 하나의 증거는 당연하게도 위기 전에 비해 위기 이후에, 총파업(하늘색), 폭동(흑색), 시위(흰색)가 모두 크게 늘어났다는 것, 전체적으로 장외 저항활동이 두배 이상이 되었다.









다음 자료는 이상의 장외 저항활동을 위기후 5년간에 걸쳐 추이를 본 것인데, 4년차까지는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특히 2차대전 이후 기간동안에는 이러한 증가가 뚜렸했다.




마지막 차트는 이러한 효과는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살펴본 것인데, 대략 10년이 경과하면 금융위기의 정치적 효과는 거의 사라졌다.

















4. 금융위기의 특성

또 금융위기를 수반한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를 수반하지 않은 경기침체의 경우 전자가 후자에 비해 뚜렷하게 더 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졌다. 이들은 그 이유로 두가지를 제시.


  1. 대중들은 금융위기는 정책실패, 도덕적 해이, 정실주의 등 내생적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반면, 비금융위기는 유가나 전쟁처럼 외생적이고 회피불가능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2. 금융위기 이후의 사건들이 비금융위기 이후의 사건들에 비해 사회적 파장이 더 크다는 것, 예컨데 채권자와 채무자의 분쟁격화, 불평등의 심화, 사회적으로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는 금융부문의 구제금융 등.


5. 함의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사후적 극복의 정치적 과정도 매우 어렵다는 것. 그리고 한국의 정치에 대입해보면, 예컨데 보수정당 하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위기 발생시점의 집권당에게 선거에서 불리하게 작동하겠지만 보수적이지 않은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극우정당이 부상하고, 거리의 소요가 심화되어 위기극복과 관리가 매우 쉽지 않을 것이라는 .......

* 원 논문은 유료자료로, Funke, M, M Schularick and C Trebesch (2015) “Going to extremes: Politics after financial crises, 1870-2014”, CEPR, Discussion Paper No. 10884. 대중적인 소개는 같은 저자들이 VoxEu에 올린 것 : The political aftermath of financial crises: Going to extremes 참조.

2015년 11월 19일 목요일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 최저임금과 알란 크루거

며칠 전 미국 CBS에서 개최한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는 예상대로 최저임금이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특이한 것은 사회자가 프린스턴의 경제학자 알란 크루거의 주장에 대해 후보들의 의견을 묻는 형식이었다. 크루거는 두달전 뉴욕타임즈의 기고문 <최저임금: 얼마나 높으면 지나치게 높은 것인가?>라는 글에서 시급 12달러는 저소득노동자들에게 해로움보다는 이로움이 더 크지만, 15달러는 세계적으로도 전례없는 일로서, 일부 소득이 높은 도시나 주에서는 고용감소없이 흡수할 수 있겠지만, 전 미국에서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어서 바람직하지 않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을 언급한 것이었다.

샌더스와 오맬리는 크루거에 대한 언급없이 15달러 생활임금이 얼마나 필요한가에 대해 쭉 얘기했고, 클린튼은 크루거를 인용하면서 정확히 그의 주장을 반복했다. 그런데 문제는 오맬리가 갑자기 클린튼의 말을 가로채면서 발생했다.

오맬리: 더 이상 월스트리트 경제학자의 충고에 귀기울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클린튼: 월스트리 경제학자가 아니...
오맬리: 우리가 경청해야 할 것은 ...
클린튼: 옳지 않아요. 크루거는 진보적 경제학자예요.
O’Malley: I think we need to stop taking our advice from economists on Wall Street …
Clinton: He’s not Wall Street.
O’Malley: … And start taking advice …
Clinton: That’s not fair. He’s a progressive economist.

내가 노동경제학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최저임금에 관해서 미국 또는 더 나아가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준 업적을 꼽으라면 크루거가 데이빗 카드와 함께 발표한 <최저임금과 고용: 뉴저지와 펜실바니아의 패스트푸드 산업의 사례 연구 (1994, AER)>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논문은 이듬해 확장되어 <신화와 측정: 최저임금의 새로운 경제학>이라는 제목으로 프린스턴대에서 단행본 출판되었다)


며칠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주최한 국제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알란 매닝은 최저임금과 실업률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전통적인 관념이 90년대에 변화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카드와 크루거의 연구를 들 정도였다.


나야 전문가가 아니니 이 연구와 그 후 촉발된 수많은 논쟁을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제학자뿐 아니라, 정치와 정책의 영역에서는 더 엄청난 전환을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 "마일드한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이들의 주장은 엄청난 것이었다. 말하자면,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면서 괜히 쭈뼜쭈뼜해지는 그런 느낌을 갖지 않아도 되는 그런 것이랄까.

그리고 크루거는 쭉 학교에 있다가, 오바마 정부에서 재무부 경제정책실장 (Assistant Secretary of the Treasury for economic policy)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chairman of the White House Council of Economic Advisers)을 역임한 바도 있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아마도 말실수였겠지만) 오맬리는 크루거를 '월스트리트 경제학자'라고 불렀다 (우리식 용법이라면, '재벌하수인' 정도의 표현이겠지). 클린트의 표현대로 이것 정말 '옳지 않다'.

아참, 그리고 토론회 직후 최저임금에 대해 가장 민감한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을 포괄하고 있는 2백만 조합원의 서비스산업노조(Service Employment International Union)의 공식 지지선언을 끌어냈다. SEIU는 집행부 투표 후 성명서에서,

“힐러리 클린튼은 노동자 가족을 위해 싸우고 승리할 것이라는 것이 입증된 후보이다. 전미국의 SEIU 조합원들과 그 가족들은 노동자 가족의 보다 낳은 미래를 건설하는 운동의 주체이며, 힐러리 클린튼은 우리를 지지하고 함께 할 것이다." (Hillary Clinton has proven she will fight, deliver and win for working families,” said SEIU President Mary Kay Henry in a statement. “SEIU members and working families across America are part of a growing movement to build a better future for their families, and Hillary Clinton will support and stand with them.)"

라고 밝혔다.

2015년 6월 16일 화요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엘리엇 메모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사이의 합병 추진 및 엘리엇측의 반대 주장에 대해서 개인적 정리를 위해 메모를 해둔다.

진행 중인 이슈라 그냥 이 페이지를 계속 업데이트하는 형식으로 할 계획. 평이하게 쓸 생각인데 그래도 기업금융, 회사법, 재무회계에 대한 약간의 배경지식이 없으면 좀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혹시 궁금하신 게 있으시면 댓글로 알려주시길, 최대한 답해보겠다.

1. 합병 방식

- 합병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하는 형식이며, 합병시점에 삼성물산은 해체되고 삼성물산의 자산과 부채는 모두 제일모직에 승계되며, 삼성물산의 주주들에게는 새롭게 발행된 제일모직의 주식이 그 댓가로 교부된다.

- 이 때, 제일모직의 신주를 삼성물산의 주주들에게 얼마나 교부할 것인가하는 것이 합병비율이다. 알려진 바 1:0.35라고 하는 것은 제일모직 주식 한주의 가치가 1이라면 삼성물산 한주의 가치는 0.35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합병 시점에 삼성물산 주식 100주를 갖고 있는 주주는 제일모직 주식 35주를 받게 된다.

- 덩치가 작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는게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가끔 눈에 띄는데, 법률적 의미에서 제일모직이 흡수하느냐, 삼성물산이 흡수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을 흡수하는 형태로 하면, 합병시점에 제일모직이 법적으로 소멸되고 삼성물산의 신주가 제일모직 주주에게 교부되는데, 이 때는 제일모직 주식 35주를 갖고 있는 주주에게 삼성물산 신주 100주가 부여된다. 최종적으로는 주주 입장에서 그게 그거다.

- 합병 대상 중 한 회사가 비상장회사이고, 다른 한 회사가 상장회사라면, 이때는 어떤 회사가 법적으로 남게 되느냐가 중요하다. 통상 상장이라는 복잡한 절차를 피하기 위해 상장회사가 법적으로 존속회사가 되어 비상장회사를 흡수하는 형식을 띄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소멸되는 회사가 더 큰 경우 뒷문상장이라고 한다. 여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둘 다 상장된 회사이므로 이런 이슈는 없다.

- 좀 곁가지인데 회계적으로는 법적으로 누가 누구를 합병했느냐와 무관하게, 덩치나 등등을 고려하여 실질적인 인수회사와 피인수회사를 구분해야 한다. 그러니까 법적으로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한다고 하더라도 회계적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을 인수한 것으로 회계처리를 할 가능성도 있다.

2. 합병 비율의 산정

- 합병 비율에 따라 제일모직의 주주와 삼성물산의 주주가 합병 이후 존속회사의 지분을 얼마나 갖게되는가가 결정되므로 사실상 이것은 핵심 이슈일 수밖에 없다.

- <자본시장법> 제165조의4(합병 등의 특례) 제2항은, "주권상장법인은 합병 등을 하는 경우 투자자 보호 및 건전한 거래질서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외부의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합병 등의 가액 (...)에 관한 평가를 받"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 그리고 <동법시행령> 제176조의5(합병의 요건ㆍ방법 등) 제1항 제1호에서, 계열사인 두 주권상장법인 간 합병의 경우에는 기산일 전 일정기간 주식의 종가를 기준으로 10% 범위 내에서 할인 또는 할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합병비율이란 두 회사의 가치를 측정하는 것이고, 측정의 방식은 수없이 많겠지만 적어도 상장법인의 경우 그 회사의 주가에 기반한 시가총액에서 출발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고 할 것이다.

- 보도에서는 주가는 기복이 심하므로 두 회사의 순자산가치(자산총액에서 부채총액을 차감한 것)에 기반하여 합병비율을 정하는 것이 마치 국제적인 관행인 것처럼 보도되고 있으나, 내 판단으로는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상장사의 경우에는 주가가 기본이고 순자산가치가 보조가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시장에서는 가치를 인정받지만 회계적으로는 자산으로 처리하기 힘든 경우가 많이 있다.

- 예컨데 SNS 기업의 경우 가입자 수가 회사의 가치에 결정적이겠지만 이것을 일반적으로 자산으로 등재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결국 장부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지만 그 가입자수에 대한 가치평가를 별도로 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는 것이 주가에 기반한 것보다 더 정확할까?

3. 합병 비율의 적법성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경우 외부의 전문평가기관(삼정KPMG)을 통하여 자본시장법(및 시행령)의 규정에 따라 합병비율을 산정한 것이니, 이 자체야 완전히 적법하다.

- 그런 이유로 황영기 금투협회장은 법적 최소 요건은 충족했고, 다만 주주들의 정서와 이익보호에 대한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으로 표현한 것일 것이다.

- 시사인 이종태 기자도 이 합병건에 대한 기사를 예고하면서 법적으로는 문제없고, 엘리엇이 문제삼고 있는 자본시장법 만만한 법 아니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까우며 우리 언론들 착각하고 있다고 쓰고 있다.

- 한겨레신문도 이 사건에 대해 자세히 분석하면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법률적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난 조금 생각이 다르다. 예컨데 황회장의 주장을 좀 더 보자.

"합병안이 발표될 때 여의도 바닥(증권가)에서도 ‘아! 그래서 주가를 낮췄던건가’라는 불만이 나왔다. 일부러 주가를 조작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삼성물산이 주가에 도움이 되는 얘기를 안해온 것도 사실이다. 의혹을 살만한 일이 전혀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 만약 일부러 주가를 조작했다면 그건 당연히 불법이다. 그런데 예컨데 삼성물산이 주가에 도움이 되는 얘기를 안했다면, 그것은 불법이 아닌가? 삼성물산의 경영진(이사회 구성원)들이 회사 주주 일반이 아닌, 사실상 회사를 지배하는 특정인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주가를 낮게 관리했다면 그게 배임이 아니고 무엇인가? 또 달리 표현해서 이사의 의무 해태가 아닐 수 없다.

- 그러니까 황영기회장의 주장과는 달리 삼성물산이 특정인을 위해 주가를 일부러 낮게 관리해서 다른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또는 특별히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시점에 의도적으로 합병을 결정했다면, 그것은 단순히 소통과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인 문제가 된다.

4. 이재용부회장의 특수한 위치

- 독립적인 두 회사 사이의 합병이라면 이런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A사의 대주주가 김씨이고 소수주주가 이씨이며, B사의 대주주가 박씨이고 소수주주가 최씨라고 하자. 합병을 할 때 수많은 복잡한 이슈가 있겠지만, 그래도 A사의 주주 (및 그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이사진)는 한사코 A사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으려고 할 것이고 반대로 B사의 주주는 한사코 B사의 가치를 높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 경우 A사든 B사든 각사의 주주들 사이에 이해가 다르지 않다.

-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이와는 완전히 다르다. 수많은 보도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이 소동의 한복판에 특정인이 관련되어 있다. 이재용부회장은 제일모직의 대주주이지만 삼성물산의 지분은 전혀 없다.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삼성의 복잡한 지분구조와 지배구조 때문에 이재용부회장은 삼성물산에 대해서도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한다.

- 이 상황에서 제일모직 주주로서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가치가 높을수록 유리하고, 삼성물산의 가치가 낮을수록 유리한데, 두 회사 모두에 대해서 지배력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의도적으로 이재용부회장의 이익을 위해서 삼성물산의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손상시키면서 합병을 추진했다고 충분히 의심을 할 만하다.

- 이런 상황에서 나는 합병과 관련되어 불법적 요소가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한다. 불법이라고도 단언하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법적 다툼의 여지는 있고, 삼성의 지배구조와 이부회장 승계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 재판부라면 불법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현실의 재판에서 불법으로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그렇게 순진하지는 않다)

5. ISDS

- 며칠전에는 갑자기 엘리엇이 ISDS를 통해서 합병비율의 불합리성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기사가 여러 매체에 보도되었다. 익명의 M&A 전문가의 발언을 빌린 것.

-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엘리엇 대 삼성물산 경영진 사이의 다툼이 아니라, 엘리엇 대 (불합리한 법규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 사이의 다툼이 된다.

- 나는 위의 2에서도 상장사 합병시 가치평가에서 주가가 기본이 된다는 법규가 투자자를 보호할 수 없는 엉터리 법이라는 데 전혀 동의할 수 없고, 엘리엇이 이런 바보같은 주장을 할 것으로 보지도 않는다.

- 오히려 ISDS를 활용한 일종의 애국주의 심리 캠페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이며, 그렇든 저렇든 이런 중요한 주장을 익명의 전문가 발언으로 보도하는 것은, 그리고 크로스 체크도 거의 하지 않는 것은, 적절한 보도 태도는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6. 백기사 KCC

- 이 와중에 난데없이 삼성물산은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 899만557주(5.79%)를 KCC에 매각한다고 발표하였다.

- 자기주식에는 의결권과 배당권이 없지만 외부에 매각하면, 주주인 KCC는 의결도 할 수 있고, 배당도 받게 된다.

- 그리고 여러 언론에서 KCC가 삼성물산의 특정주주의 이익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의미에서 백기사를 확보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 과연 삼성물산 경영진은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답변을 할까? 백기사를 확보했다고 할까?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을 주주일반의 이해가 아닌 특정인을 위해 매각했다면 그 의사결정은 합법적인 것일까?

- 앞의 '의도적으로 낮게 관리된 삼성물산 주가'의 배임혐의보다 이것은 훨씬 더 입증하기 쉬울 것 같다.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닌 어떤 설명이 가능할까? 몹시 궁금하다.

- 나아가 삼성물산의 주주 KCC는 삼성물산 경영진의 주장대로 의결권을 행사할텐데, 이것은 KCC 주주의 이해에 맞는 것일까? 이러한 의결권 행사가 이번에는 KCC내에서 배임으로 불거질 가능성은 없을까?

- 위험이 관리되기는 커녕, 일파만파로 확대재생산되는 느낌이다.

7. 자기주식

-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이라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해보자. 자기주식은 말 그대로 회사가 자신이 발행하여 유통되고 있던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 법률적의 의미야 좀 다르지만, 경제적 실질에 있어서 자기주식의 취득은 유상감자에 다름아니다. 감자가 별것인가. 회사가 주주에게 돈을 주고 주식을 회수해서 불태우는 것. 자기주식의 취득은 다만 회수한 주식을 불태우지 않고 회사 금고에 넣어두는 것 (그래서 일본어로 자기주식은 금고주라고 하고 영어로는 treasury stock이라고 한다)

- 그래서 회계적으로는 자기주식은 자산계정이 아닌 자본의 차감으로 분개처리한다. 또 자기주식을 외부에 매각하는 것의 실질은 유상증자이다. 신주를 발행해서 댓가로 현금을 받는 대신에 금고속의 자기주식을 매각해서 댓가로 현금을 받는 것.

- 굳이 유상 감자, 증자와 구분되는 자기주식의 취득, 매각을 허용하는 것은 유상감자와 증자가 절차가 너무 엄격하기 때문에, 조금 용이하게 회사의 주가관리 등에 활용하라는 취지인데, 악용되는 측면이 있다.

- 자기주식을 시장에서 매입, 매각하지 않고 특정인을 지명해서 매입하거나 매각하게 되면 거래대금의 정당성이라든지 거래 목적이 주주이익에 반하는지 등의 이슈가 발생한다.

- 그래서 자기주식에 대해서 우리의 회사법이 너무 느슨하게 관리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어왔는데, 이번 삼성물산 건을 계기로 이 이슈도 더 불거질 것 같다.

7. 결론 (임시)

- 계속 업데이트 하면서 보완하기로 하고....

- 오늘 상법개정에 관한 한 토론회에 갔다 왔는데, 감사의 분리선출에 대한 논의에서 한 토론자가 "적들을 회사의 심장에 심는 것 (운운)"하는 얘기를 들었다. 섬뜻하더라. 이번 건에 대해서는 한 논객은 "부당한 부를 축적한 고관대작의 집에 날강도가 들어왔는데 날강도부터 먼저 잡고 그 다음에 고관대작의 ‘상속’이 제대로 된 것인지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더라.

- 나도 소시민의 한 사람인지라, 외국에 나가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가 선전하는 모습을 보면 뭉클해진다. 그리고 이들이 더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법도 제도도 없이 성원할 수는 없는 일이다.

- 그리고 이 분들은 엘리엇이 만약 외국계 펀드가 아니고, 국내 펀드라면 판단이 달라졌을까도 궁금하다.

2015년 3월 20일 금요일

역계급투표에 대한 메모

1. 지난 대선의 추억.

그때로 잠시 돌아가 보자. 당시에 SNS에서 광범위하게 돌아다디던 표가 하나 있었다. 대선 패배의 충격에 시달리던 박근혜 대통령에 반대했던 이들이 이 표를 돌리면서 하고 싶었던 내심은 뭐 이런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찍은 유권자는 못배우고 가난하고 별볼일 없는 직업에 종사하는 그런 부류들이다. 야당후보야말로 이들 99%를 위한 정책을 들고 나왔는데, 이들은 1%를 위하는 후보를 지지하였다. 황당하다. 그리고 당해도 싸다. $&%(&()^&^))"

물론 건강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뭐 멘붕 상태에서의 일이니 이해하고....









2. Red State and Blue State

미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있다. 대선이나 총선 결과를 보면 옆의 그림처럼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와 공화당을 지지하는 주가 지역적으로 뚜렷이 갈린다.

양 해안가의 소득수준이 높은 주들이 주로 민주당성향이 강하고 (blue state), 중간 부분의 소위 미국의 심장(heartland)으로 불리우는 소득수준이 낮은 주들이 주로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 (red state).



3. What's the Matter with Kansas?

미국 얘기를 좀 더하자. 미국의 이러한 역계급투표에 대한 수많은 분석 중 대중적으로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저널리스트 토마스 프랭크(Thomas Frank)가 캔사스를 둘러보고 쓴 르포르타쥬 형식의 What's the Matter with Kansas? How Conservatives Won the Heart of America (2004)이다.

이 책은 출판 직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38주나 올랐다. 뉴욕타임즈 컬러미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Nicholas Kristof)가 "올해 최고의 정치학 책"으로 추천했고 수많은 신문잡지에 센세이션이라고 할 만큼 반향을 일으켰다. 2009년에는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영화 역시 호평 일색이었다.

한국에는 대선 직전인 2012년 봄에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 캔자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서 꽤 화제가 되었었다.

이 책의 메시지는 "남부 지역 백인 노동자들이 종교의 영향을 받아 경제적 이슈보다 동성애나 낙태와 같은 문화적 이슈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어, 이들이 공화당 지지로 돌아서게 되었다"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 책은 문학적(?) 성취가 풍부한 책이라, 이렇게 핵심내용 위주로 요약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디테일에서 흥미로운 지점이 꽤 여럿있다. 이것은 아쉽지만 다음에 별로 기회에 정리할 계획이다.)


4. What's the Matter with What's the Matter with Kansas?

프랭크에 대한 비판의 선봉은 밴더빌트 대학의 정치학자 래리 바텔스(Larry M. Bartels)였다.

그는 2005년에 "캔자스는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책은 무엇이 문제인가? What's the matter with What's the Matter with Kansas?"라는 제목으로 프랭크의 핵심메시지 전체를 비판하는 글을 미국정치학회 연례총회에서 발표하였다.

후에 프랭크가 반론을 펴고, 그 후에 최종적으로 같은 제목의 논문으로 업데이트해서 2006년 Quarterly Journal of Political Science에 게재하였다.

그리고 Unequal Democracy: The Political Economy of the New Gilded Age (2008)의 제3장에 확장되어 실렸는데, 이 책도 2012년 봄 한국에 <불평등 민주주의 - 자유에 가려진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었다. 이하에서 이를 좀 더 살펴보겠다. (옮겨진 차트와 표는 모두 영어판에서 가져온 것이다.)


4-1. 백인 노동자는 민주당을 버렸는가?


첫번째 그림은 백인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학력별 대선 후보 상대지지율의 추이이다. 고졸이하 유권자는 대졸이상 유권자에 비해 민주당후보 지지율이 높았는데 격차가 점차 줄어들다가 혼란된 양상 또는 미약하나마 역전되는 것이 발견된다. 하지만 이것을 백인노동자가 민주당을 버렸다고 해석해서는 안된다.

우선 격차 역전이 발생한 것은 고졸이하 유권자의 민주당후보 지지율이 하락해서가 아니라, 대졸이상 유권자의 지지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40년대의 대졸 비율과 2000년대의 대졸비율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학력을 계급구분의 기준으로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두번째 그림은 학력이 아닌, 소득기준으로 계급을 구분해서 살펴본 것이다. 70년대 이전에는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비해 민주당후보 지지율이 약간 높은 정도였지만, 70년대 이후에는 이 격차가 뚜렸해졌다. 그리고 저소득층의 지지율은 절대적으로도 하락하지 않았다.

세번째 그림은 대선후보 지지율이 아닌, 매년 수행된 정당지지율로 본 것인데, 이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시기에 저소득층의 민주당지지율이 고소득층에 비해 일관되게 높았으며, 추세적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저소득층이 아니라 고소득층이었다.

따라서 소득을 기준으로 계급을 나누어 보면 노동자계급이 민주당을 버렸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4-2. 남부의 백인 노동자는 민주당을 버렸는가?


그림은 저소득 백인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지역별 민주당 상대지지율의 추이이다. 비남부지역의 경우 지지율 변화가 발견되지 않지만, 남부의 경우 지지율 하락이 뚜렸하다. 그렇다면 남부에 국한시켜 보면 노동자계급은 민주당을 버린 것일까?

남부지역 저소득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했지만,  비남부지역 밑으로 간 것이 아니고 80년대에 이르러 비남부지역과 차별성이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80년대 이전에 남부의 저소득층이 비남부의 저소득층에 비해 민주당 지지율이 높았던 것이 예외적인 것 아니었을까?

위쪽의 표를 보면 남부 백인의 경우 민주당 상대지지율이 급락했는데 (-65.7), 계층별로 보면 고소득층 (-83.3), 중소득층 (-75.7), 저소득층(-42.8)로 소득이 낮을수록 하락정도가 낮았다. 아래쪽 표는 정당지지율이 아니라 대선 후보 지지율로 본 것인데, 비슷한 양상이다.

이렇게 남부의 백인 전체가 민주당 지지율이 낮아진 이유에 대해서, 바텔스는 50년대에 남북전쟁과 노예제의 영향으로 남부 백인들이 비정상적으로 민주당에 대한 '묻지마 지지'를 했던 것이 정상화되는 것으로 추측한다.


4-3. 경제적 이슈와 문화적 이슈



두 그림은 백인을 대상으로 소득계층별로 '일자리 마련과 소득지원에 대한 정부의 역할' (경제적 이슈, 첫번째 그림)과 '낙태할수 있는 권리'(문화적 이슈, 두번째 그림)에 대한 시기별 지지도 변화를 그린 것이다. 경제적 이슈에 대해서는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비해 진보적 입장이 일관되게 높았고, 문화적 이슈는 반대였다. 그리고 저소득층은 1990년대 중반까지 문화적 이슈에 대해서 진보화되다가 그 이후 보수화되었지만, 이것이 저소득층에 고유한 것도 아니고 하락폭도 상승폭에 비해 작아서 70년대 초반과 2000년대 중반을 비교해보면 저소득층에 한정해도 어느정도는 진보적 입장이 강해졌다.

오른쪽 표의 윗부분은 1984~2004년기간까지의 각 이슈의 중요도 변화를 측정한 것이고, 아래 절반은 2004년 현재의 각 이슈별 중요도를 측정한 것이다. 낙태는 이 기간동안 중요도가 가장 커진 영역이지만, 이것은 오히려 고소득층에서 일어난 일이지 저소득층에서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고소득층 +0.64, 중소득층 +0.44, 저소득층 +0.03).

그리고 낙태는 중요도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모든 계층에서 2004년 현재 가장 중요한 이슈는 정부지출(및 여타 경제적 인 것들)이었다.


4-4. 종교의 영향?



그렇다면 혹시 종교인들로 국한하면 문화적 이슈가 경제적 이슈를 압도할까? 그림에서 보면 백인 유권자를 대상으로 매주 교회에 가는 집단과 한달에 한번 이하 교회를 가는 집단으로 구분해서 민주당 대선후보 상대적 지지율 변화를 그린 것인데, 모든 시기에 교회에 열심히 가는 사람들의 민주당 지지율이 낮았고, 특히 90년대부터는 격차가 커졌다.

표는 앞의 4-3에서 등장했던 표와 유사한 것인데, 이번에는 소득계층별이 아니라 교회가는 빈도별로 구분한 것이다. 이것을 보면 1984~2004 기간에 낙태 이슈는 중요도가 가장 커진 이슈이고, 특히 매우 독실한 그룹(Highly Religious)에서 가장 뚜렸하였다 (+0.40). 하지만 모든 집단에서 여전히 경제적 이슈가 더 중요하였고, 이것은 독실한 그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4-5. 프랭크 v. 바텔스

요약하면 바텔스는 프랭크와는 달리, 백인 노동자들이 민주당을 떠난 것도 아니고 (남부 백인 노동자로 국한해도 그렇고), 문화적 이슈가 경제적 이슈를 압도한 것도 아니고 (종교인으로 국한해도 그렇고), 뭐 그렇다는 것.

프랭크진영과 바텔스진영은 뚜렷이 구분되었는데, 흥미롭게도 프랭크진영은 주로 언론인들로, 바텔스진영은 주로 정치학자들로 구분되었다. 진지한 정치학 논문에서 프랭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을 본적은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뉴욕타임즈나 애틀랜틱 먼쓸리 같은 곳에 기고를 하는 저널리스트들이 '고학력, 고소득, 낙태등 문화적으로 민감한' 부류여서 그런 자신의 모습을 (사실과 다르게) 저소득층에게 투영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5. Red State, Blue State, Rich State, Poor State



미국의 저소득주의 공화당 지지경향과 고소득주의 민주당 지지경향을 역계급투표의 증거로 삼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콜럼비아 대학의 통계학자 앤드류 겔만(Andrew Gelman)이 대표적이다. 이것을 집대성하여 출판한 것이 Red State Blue State Rich State Poor State: Why Amreicans Vote the Way They Do (2009)인데, 아쉽게도 이책은 번역되어 있지 않다 (내가 몇몇 사회과학 출판사에 번역하라고 찔러봤는데 썰렁).

이책에는 2008년 대선 분석까지만 실려있어서, 차트는 2012년 대선까지 포함하여 분석한 The Forum 발표문 "Red State/Blue State Divisions in the 2012 Presidential Election”에서 가져왔다.

첫번째 그림의 가로축은 주별 1인당소득이고 세로축은 2012년 공화당 후보였던 롬니의 주별 득표율이다. 점선은 주별 분포의 회귀선인데 우하향한다. 그러니까 1인당 소득이 높은 주일수록 롬니의 득표율은 높아진다.

두번째 그림은 미국 전체로 보아 각 소득계층별 공화당 후보의 득표율이다. 2000년 이후 네차레에 걸친 대선에서 모두 소득이 높은 계층일수록 공화당후보의 지지율이 높았다 (우상향하는 선들).

세번째 그림을 보면  주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소득계층별 공화당 후보의 득표율을 보아도 대부분의 주에서 소득이 높은 계층의 공화당 후보 지지가 컸다. 예컨데 대표적인 레드 스테이트인 미시시피(MS)도, 블루 스테이트인 코네티컷(CT)도 그리고 스윙 스테이트인 오하이오(OH)도 다 마찬가지로 우상향. 다만 저소득층에서 봐도 미시시피가 오하이오보다, 오하이오가 코네티컷보다 더 공화당 지지율이 높았을 뿐이다. 중소득층, 고소득층 다 마찬가지.


6. 한국의 역계급투표 (1)
이제 한국 데이터를 보자. 왼쪽 그림은 서울대 강원택 교수가 2013년 <한국정당학회보>에 발표한 "한국 선거에서의 계급 배반 투표와 사회 계층"의 자료이고, 오른쪽 그림은 한겨레의 한귀영 박사가 2013년 <동향과전망>에 발표한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의 자료이다.


우선 2012년의 대선의 경우 강원택의 자료로도 한귀영의 자료로도 모두 중소득자와 고소득자의 차이는 거의 없지만, 저소득자의 박근혜 후보 지지율은 뚜렷이 높았다. 또 후보가 난립했던 2007년의 경우, 보수후보군(이명박+이회창)과 진보후보군(정동영+문국현+권영길)으로 구분해서 보면 소득이 높아질수록 보수후보군의 지지율은 낮아졌다. 끝으로 2002년의 경우에도 저소득층의 경우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뚜렷이 높았다.

결국 요약하면, 한국에서는 미국과는 달리 세차례에 걸친 대선에서 계급배반투표의 양태가 나타났다(적어도 저소득층과 중소득 층 사이의 구간에서는).


7. 한국의 역계급투표 (2)


이것은 한신대 전병유교수와 중앙대 신진욱 교수가 2014년 <동향과전망>에 발표한 "저소득층일수록 보수정당을 지지하는가?"에서 가져온 그림이다.

첫번째 그림 연도별 정당지지도인데, 2008년 이후에는 저소득층의 중도+진보 정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낮았다. 두번째 그림은 대선시기 유권자 조사인데 이것은 앞의 강원택, 한귀영의 자료와 마찬가지로 2002년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저소득층의 중도+진보 정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낮았다. 세번째 그림은 총선 유권자 조사인데 이것은 앞의 그림들과 패턴이 다르지만 2012년 마지막 총선에서는 저소득층의 중도+진보 정당 후보 지지율이 낮았다.

요약하면 이 자료로 보더라도 (최소한 최근에는) 역계급투표가 발견된다.


8. 한국의 연령별 역(?)계급투표 (1)


이 그림들은 연령별로 구분해서 소득별 지지율을 정리한 것이다. 오른쪽 것은 한귀영박사의 자료인데, 40대 이하와 50대 이상 두그룹으로 나눠서 2012년 대선을 보면 흥미롭게도 40대 이하에서는 약하지만 소득이 높아질수록 박근혜후보 지지율이 높아지는 계급투표 현상이 발견된다. 50대 이상 그룹에서는 지지율이 소득수준과 무관해 보인다.

오른쪽 그림은 강원택의 자료인데, 위의 것은 2012년 대선의 경우 지지율은 50대이하 그룹에 대해서 보면 소득수준과 무관해 보이고, 2007년 대선의 경우에는 약한 역계급투표성향이 발견된다. (강원택의 자료를 40대 이하그룹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조금 있다)

여하튼 연령별로 구분하면 최소한 역계급투표현상은 사라지고, 미약하지만 젊은 세대에서는 계급투표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기미가 있다.

유권자 전체를 대상으로 볼 때와, 연령그룹별로 구분해서 볼 때, 계층별 지지도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전반적으로 보수후보 지지율이 높은 노인세대가 압도적으로 보수후보 지지율이 높기 때문이다. 


9. 한국의 연령별 역(?)계급투표 (2)


너무 길어졌는데 전병유-신진욱의 자료 하나만 더 보자. 첫번째 표는 민주진보정당 (보수정당 뺀 나머지 다)에 대한 지지율을 소득계층별로 회귀분석한 것인데, 모형1에서 저소득층 변수의 회귀계수가 -0.407로 상당한 역계급투표현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모형2에서는 추가로 연령변수를 포함시켰는데, 이렇게 연령효과를 통제하면 저소득측변수의 회귀계수는 -0.010으로 역계급투표현상이 거의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두번째 표는 앞의 표와 거의 유사한데 소득으로 계층을 구분하지 않고, 각 유권자들이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자신의 소속계층을 이용한 것이다. 이렇게 할 겨우 모형1에서 하위계층변수의 회귀계수는 -0.-028로 역계급투표현상이 매우 미미하며, 모형2에서처럼 연령을 통제하면 하위계층변수의 회귀계수가 0.323으로 오히려 계급투표현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한국에서 발견되는 역계급투표현상은 연령효과 및 자산효과 (노인세대는 대표적으로 소득에 비해 자산이 많은 계층)의 중첩이 크다는 것을 알수 있다. 


10. 마무리....

얼마전에 동료들끼리 모임에서 위의 내용과 약간의 내용을 더해서 발표하고 토론을 한 적이 있어서, 간단하게 블로그에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아서, 대충 이 정도에서 장하성 교수의 <한국자본주의>의 한구절을 인용하면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 한국에서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가 현실이 될 희망은 민주주의에 달려 있다. (...) '투표'가 '돈'을 이겨서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만들어 내는 것은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이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살리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한국은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실현할 한국의 현실에 맞는 정책들을 만들어낼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자본이 아닌 노동으로 삶을 꾸려가는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계급투표'와 '기억투표'를 한다면,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가 현실이 될 희망은 있다."

갈길이 멀다....



PS> 조만간 기회가 있으면 관련된 주제를 좀 더 정리해 볼 생각인데, 그 리스트만 여기에 남기면,

1) 노인들의 압도적 보수정당 지지의 이유는 무엇인가? 전쟁/반공 경험, 빈곤의 경험?
2) (역)계급투표 현상의 미래예측을 위해 연령효과와 세대효과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도 고려해야 함.
3) 문화적측면에서 태도의 문제는 경제적 요인만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의미가 있을텐데, 조너선 하이트(Johnathan Haidt)의 <바른 마음 Righteous Mind>과 강준만 교수의 <싸가지없는 진보> 정리
4) 미디어 효과 (미국의 Fox News Effect, 한국의 종편 효과)
5) 연령별, 계층별 투표율 격차...
6) 금권정치 효과
7) 단기평가 효과

등등.....

2015년 1월 31일 토요일

독후감: 빚으로 지은 집 House of Debt

아티프 미안과 아미르 수피가 쓴 <빚으로 지은 집 House of Debt> (박기영 옮김, 2014, 열린책들)에 대한 메모. 무척이나 흥미롭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인데,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릴 것 같아, 정리를 해두려고 한다.


1. 우선 이 책이 내 생각과 매우 달랐던 것은, 주택시장 또는 금융시장의 특정한 측면을 다룬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것을 완전히 넘어선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2017년 대침체(great recession)에 대한 총체적 규명이고, 그 핵심을 가계의 주택담보 대출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 그러니까 '주택담보대출설'을 채택한 공황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2. 이책은 보면서 현대 거시경제학 정말 만만한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선 사용하는 데이터가 규모든 범위든 엄청나다. 과거엔 거시에서는 몇가지 변수들 (통화량, 실업율, GDP, 환율, 소비, 투자 등등)에 대한 집계변수들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책에 소개된 관련 연구들을 보면, 특정 산업의 지역별 고용, 법원의 판결DB, 심지어 지역별로 도시의 팽창가능성을 보기 위한 위성사진자료까지, 상상도 못해던 자료들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분석들도 기발하다 생각이 드는 것들이 끊없이 나온다.

3. 핵심 내용은 저자들이 "레버드 로스 프레임워크"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단순히 주택가격의 급등, 부채의 증가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에 자산-부채 비율이 뚜렷이 차이가 나고, 가난한 자들이 높은 레버리지를 이용한 주택매입을 한 것이 근원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들의 주장을 읽다보면, 내가 관련 지식이 부족해서이겠으나, 어디 하나 허술한데가 없고, 그냥 고개를 끄덕이면서 따라가게 된다. 그런데 이 이론틀이 지금 한국의 가계부채나 주택시장 분석에 들어맞느냐라고 한다면, 많은 시사점은 주겠으나, 중요 지점에서 한국과 미국이 처한 현실이 너무 달라 그대로 활용할 수는 없을 것 같다라고 해야할 것 같다. 계층별 레버리지 비율 문제가 그것인데, 이건 아래에서 따로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4. 정책 처방에 있어서도, 내 성격상의 소심함 때문에, 저자들이 제안하는 것을 다 확신을 갖고 받아들일 수는 없으나, 대출에 equity 성격을 가미하는 것이나, 채무재조정 프로그램이 원할하게 작동하도록 개입하는 것이나, 여러 정책 제안들은 한국에 맞게 잘 설계되면 상당히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훌륭한 원천이다.

5. 책 몇권 읽지도 않은 처지에 함부로 말할 것은 아니겠지만, 이 책을 통하여 비로서 대침체기에 대한 총체적 상을 이해하게 되었달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런 것이 있었는데, 우리는 97년 외환위기에 대해 현실적합성과 과학적 엄밀성을 갖춘 그런 설명이 있나 하는 생각. 현대 한국경제 발전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일텐데, 자신있게 '이책' 하면서 추천할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6. 번역, 너무나 훌륭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동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게 만들고, 원서를 찾아봐야지 하는 그런 생각이 드는 대목이 없었다. 역자가 저자 중 한명의 제자이고, 내용에 대해 정통했기 때문일텐데, 전문성 말고 문장 자체도 매우 유려하고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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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책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 노트필기 하듯이 메모한 것인데,독자 또는 방문자를 위해 쓴 것은 아니고, 나 자신을 위해서 정리한 것이라 좀 불친절할 것같다. 특별히 관심 있는 분만 보시면 될 듯하다.

정리는 이 책에 수록된 차트를 중심으로 할 것인데, 이것은 영어판에서 가져왔다.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고, 한국어판은 종이책으로, 영어판은 Ebook으로 갖고 있어서, 편리함이 제일 중요한 이유다 (책 스캔하거나 사진찍는게 귀찮아서). 다만 차트의 페이지는 한국어판 페이지를 달아 두겠다.


1. 가계부채 급등
그림 1.1 미국의 가계 소득 대비 부채 비율, p.17.
  • 대침체기 직전인 2000년부터 2007년 사이에 가계부채총액은 두배로 늘었고, 가계소득대비 부채비율도 140%에서 210%로 급증하였다.
  • 미국에서 이에 비견할 만한 사례는 1920-29년 사이에 할부금융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때가 있다.









1.1 한국의 가계부채 추이
  • 한국도 가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1997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서, 최근 160%까지 이르렀다.
  • 자료는 김현정 외 (2013),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증가 원인 및 지속가능성 분석>, BOK 경제리뷰 (Download PDF).











2. 계층별 가계 자산/부채 구성
그림 2.1 2007년 순자산 기준 5분위별
주택소유자의 레버리지 비율, p.38.
  • 총자산을 금융자산, 홈에쿼티, 부채로 구분하여, 순자산 5분위별로 구성을 표시. (책에서는 금융자산 Financial Wealth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내 생각에 아마도 금융순자산이라고 해야할 듯)
  • 예컨데 자산이 부동산 $1,000, 금융자산(주식과 채권 등) $500이고 부동산담보 부채 (모기지 등)가 $800, 부동산과 무관한 부채가 $100이라고 하면 총자산은 $1,500, 총부채는 $900이다. 홈에쿼티는 부동산자산에서 부동산담보 부채를 차감한 것이니 $200(=1,000-800)로 총자산 $1,500은 총부채  $900, 홈에쿼티 $200 및 금융순자산 $400(=500-100)으로 구성된다.
  • 자산 및 부채 구성이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에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유할수록 금융자산 비중이 홈에쿼티 비중보다 높고, 가난할수록 총자산에서 부채로 조달한 비율이 높다 (높은 레버리지).

2.1 한국의 계층별 가계 자산/부채 구성

  1) 한국의 경우 이것을 <가계금융복지조사 2013> 자료로 재구성 (Download XLS).
  • 홈에쿼티 = 실물자산 (부동산 + 자동차등 기타실물자산) - 부둥산부채 (담보대출 + 임대보증금)
  • 금융순자산 = 통상의 금융자산 + 거주지 전월세보증금 - 각종신용대출 (신용대출 + 신용카드관련대출 + 외상및할부 미상환액 + 곗탄후불입금액)
  • 이렇게 계산한 결과가 아래의 표. 
  • 각 범주가 미국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예컨데 자동차 등을 금융자산에 넣어야 할지, 홈에쿼티에 넣어야 할지, 아니면 아예 빼야 할지 등. 다만 금액이 그닥 크지 않아 어떻게 하든 대차는 없을 듯.
  • 또 하나 언급해 둘 것은, 미국의 경우 주택소유자 중 순자산5분위로 표시한 것인데, 한국에서는 그런 자료를 찾을 수 없어서 전체가구에 대한 순자산5분위로 표시한 것
  2) 이것을 정리한 것이 아래의 차트
  • 우선 언급해야 할 것은, 전체가구중 1분위에 속하는 가계의 경우 홈에쿼티가 마이너스라는 것. 약간 믿어지지 않지만, 좌우간 통계상으로는 그렇다.
  • 레버리지에 있어서는, 부자일수록 낮지만, 2분위부터 5분위까지 차이가 크지 않다. 그리고 아마도1분위의 다수가 주택비보유자라고 한다면, 주택보유자만으로 재구성했을 때, 1~5분의 전체에서 분위별 레버리지 차이가 크지 않을 듯.
  • 한국의 경우 부자일수록 부동산의 비율이 커지고, 금융자산의 비중이 낮아진다는 것.
  • 이런 차이가 있어서 만약 집값이 급락할 경우 계층별로 가계의 순자산이나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대침체기 미국과는 뚜렷하게 다를 듯하다.

3. 주택가격 하락의 효과
그림 2.2 순자산의 변화, p.43.
  • 부자와 빈자 사이에 부동산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르고, 레버리지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하락의 효과는 계층별로 완전히 상이하게 나타난다.
  • 하위20%의 경우 금융순자산 1, 홈에쿼티 4, 부채 20 정도의 비율인데, 주택자산가격이 24에서 30% 하락하면, 17이 되어 부채 밑으로 떨어진다. 그러면 주택은 깡통이 되고, 자산은 금융순자산 1만 남게 되어. 순자산은 80% 하락한 것이 된다 (51).
  • 반면 상위20%의 경우 대략 금융순자산 20, 홈에쿼티 4, 부채 1의 비율인데, 이 경우 주택자산가격이 5에서 30% 하락하면 홈에쿼티는 1.5로 줄어든다. 그러면 순자산총액은 21.5가되어 10%정도 순자산 하락한 것이 된다 (2421.5).
  • 그림은 이 효과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주택가격하락 이후, 하위20%는 순자산을 거의 100% 날린 반면, 중위20%는 대략 30%정도, 상위20%는 대략 10%정도 자산축소를 경험하였다.
  • 이것은 Corporate Finance의 기초를 생각해 보면 자명한 것인데, Debt Financing을 하면 레버리지가 커지고, 레버리지가 커지면 투자자산가격 상승시에 수익률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하락시에는 수익률이 급락한다.
  • 개인적으로 약간 의아한 것은 그림에서 주택가격 상승시에 높은 레버리지에도 불구하고, 하위20%의 자산상승이 다른 계층에 비해 뚜렷이 빠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다른 효과 (금융자산의 상승 및 부유층의 소득의 대규모 자산축적)가 작용했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한다.

4. 압류와 투매
그림 2.3 압류와 주택 가격, p.49.
  • 담보로 잡힌 주택의 가격이 부채보다도 낮을 경우, 이 부채를 지고 그 주택에서 계속 살든가, 아니면 압류를 선택하고 집을 떠나야 함. (한국은 그렇지 않은데 이것은 뒤에 그리스 편에서)
  • 이렇게 압류된 주택은 금융기관에 의해 투매되는데, 투매는 집값을 더 떨어뜨리고, 그러면 깡통주택은 추가로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
  • 미국에서는 금융기관이 압류를 하면서, 거주자를 강제퇴거를 시킬 때 법원의 허락이 필요한 주와 그렇지 않은 주가 있음. 당연히 후자의 주에서 압류가 더 광범위할 것이고, 추가적인 주택가격하락을 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 그 결과가 그림에 표시되어 있는데, 사법적 압류절차가 필요없는 주에서 주택가격은 더 가파르게 하락하였다. 

5. 소비주도 불황
그림 3.1 무엇이 불황을 이끌었는가?
국내 총생산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 p.56.
  • 2008년 가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때문에 위기가 발생했다는 주장은 그림처럼 실증적으로 부정된다.
  • 우선 소비와 주택투자는 모두 리먼 파산 이전에 시작되었다.
  • 그리고 은행위기가 핵심이라면, 가계수요보다 기업수요의 위축이 중요했을 텐데, 리먼 파산 직후(2008년 3,4분기) 최악의 시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소비급락이었다.
  • 2009년 1분기 이후에는, 비주택투자 급락이 가장 중요했지만, 이것은 앞의 소비수요 부족에 대한 기업의 반응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6. 순자산 가치와 소비
    그림 3.2 순자산 대폭 감소 지역과 소폭 감소
    지역의 소비 지출 변화, p.59.
    • 소비부족이 불황을 이끌었다면, 왜 소비는 급락했는가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 순자산하락은 집값하락과 높은부채의 결합 (레버리지)인데, 순자산감소가 큰 지역일수록 소비지출이 크게 하락했다는 점에서 순자사하락이 소비급락의 주요인으로 생각된다.

    7. 부채와 소비
    그림 3.3 주택 레버리지 비율에 따른
    한계 소비 성향, p.67.
    • 주택가격하락은 자산효과 때문에 소비를 감소시키는데, 이 효과는 동일한 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동일하게 가격이 하락했다고 하더라도, 레버리지에 따라 소비감소효과가 다르다.
    • 채무가구는 높은 레버리지 때문에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순자산감소효과가 크고, 채무를 지지않은 가구는 순자산감소효과가 작다.
    • 그림은 이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데, 낮은 레버리지비율의 가구에 비해 높은 레버리지비율 가구는 한계소비성향이 3배에 이른다.
    • 특히 흥미로운 것이, 2000년대 초반 기술주버블이 터졌을 때 주식가격하락에 따른 가계의 자산감소가 대략 5조달러 정도였는데, 이것은 대침체기의 주택가격하락에 따른 가계 자산감소와 유사한 것이었다. 
    • 하지만 전자는 레버리지가 거의 없는 부자들의 자산감소였기 때문에 소비감소효과가 거의 없었고, 후자는 레버리지가 큰 빈자들의 자산감소였기 때문에, 소비감소효과가 지대하였다.

    8. Levered Loss Framework
    • 경제의 구성요소를 순자산은 적고 레버리지가 큰 차입자와 순자산은 많고 레버리지가 낮은 저축자로 구분.
    • 주택가격하락시에 저축자는 차입자 보유 주택에 대해 우선청구권을 갖고, 차입자는 후순위 청구권을 갖는다.
    • 주택가격하락 소비에 미치는 효과는 다음 두가지 때문에 증폭된다. 
      • 주택가격 하락시에 소비를 가장 크게 변화시키는 계층인 차입자에게 손실이 집중된다. 
      • 압류는 집값 하락을 더욱 증폭시킨다.
    • 국제적 차원에서 보면, 독일을 저축자로 스페인을 차입자로 볼 수 있다.
    • 소비급락시에 조정메카니즘은 마찰에 의해 원할하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 이자율 하락으로 투자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데, 현실에서 명목이자율의 하락은 제로 금리 하한에 의해 효과가 제한된다.
      • 상품가격 하락으로 소비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데, 현실에서 임금하락으로 상품가격하락을 발생시키고, 이것은 추가적인 수요부족을 일으킬 수 있다 (debt deflation).
      • 노동시장의 숙련의 mismatch와 지역적 이동의 곤란 역시 마찰의 요인이다.

    9. 실업
    그림 5.1 대침체 시기 고용 감소, p.98.
    • 집값이 폭락한 지역과 소폭 하락한 지역으로 나누고, 일자리도 지역 시장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식당종업원, 가게점원, 자동차딜러)와 전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자동차, 가구, 가전제품 생산자)로 나누자. 앞의 재화를 비교역재로, 뒤의 재화를 교역재라고 부르기로 한다.
    • 비교역재 일자리의 경우 집값이 폭락한 지역에서 대폭 하락하고 그렇지 않은 지역의 경우 완만히 하락하지만, 교역재의 경우 전국적으로 일자리가 하락하였다.
    • 2007년3월~2009년3월 사이에 레버드로스로 인해 사라진 일자리의 숫자는 400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
    • 왜 시장은 실업을 해소하지 못하는가에 대해 경제학자가 합의할 수 있는 완벽한 분석틀은 아직 없다. 다만 레버드 로스가 크게 발생하면 소비지출의 급감과 높은 실업률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런 충격을 예방하여야 한다는 것.

      10. 펀더멘털과 대출증가
      그림 6.1 신용 점수가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률 
      • 펀더멘털이 강해서, 대출이 늘고 집값이 상승했다는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2002-2005년 사이의 모기지 대출 증가율과 소득 증가율 사이의 상관계수가 마이너스였다.
      • 그림에서 보듯 신용도가 낮은 지역의 집값이 더 크게 증가했고, 버블 붕괴 이후 더 크게 하락했다.










      11. 인과의 방향. 주택시장 거품발생 → 대출증가 vs. 대출증가 → 주택시장 거품발생
      그림 6.2 주택 공급이 탄력적인 도시의                      그림 6.3 주택 공급이 비탄력적인 도시의
      모기지 대출과 주택가격, p.123.                             모기지 대출과 주택가격, p.124.









      • 인과의 방향을 밝히기 위해, 주택공급이 용이한 평야지형이고 호수나 바다로 막히지 않은 지역을 주태공급이 탄력적 도시하 하고, 반대로 언덕이나 바다로 가로막혀 자연스럽게 도시 확장이 어려운 지역을 비탄력적 도시라 하자.
      • 주택시장거품이 신용팽창을 일으켰다면, 한계대출자에 대한 대출 증가는 거품이 발생한 지역에서만 관찰되어야 한다. 왼편 그림에서 보듯, 탄력적 도시에서는 신용점수가 낮은 지역이든 높은 지역이든 비슷하게 완만한 주택상승을 보였지만 모기지 대출은 신용점수가 낮은 지역에서 급등했다. 
      • 반면 비탄력적 도시에서도 모기지대출은 신용점수가 낮은 지역에서 급등했다. 그리고 집값 역시 신용점수가 낮은 지역에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 모든 지역에서 신용점수가 낮은 지역에 대출이 급등했고, 주택공급이 비탄력적인 도시의 경우에는 지리적 제약으로 집값이 급등했다. 
      • 따라서 대출증가가 주택가격 상승을 가져온 것이지, 그 반대는 아니다.

      12. 기존 주택 보유자의 대출
      그림 6.4 주택 공급의 탄력성에 따른
      기존 주택 소유자의 대출, p.127.
      • 2002년 이후 기존 주택 보유자의 대출 역시 대폭 증가하였는데, 특히 비탄력적인 도시에서 증가가 두드러졌다.
      • 또한 신용점수가 높은 주택 소유자들은 이 시기 집값 상승에 따른 대출 증가가 크지 않았고, 신용점수가 낮은 주택 소유자들은 크게 대출을 늘렸다.
      • 이렇게 늘어난 대출의 50% 이상은 주택 보수 및 개조와 소비지출로 사용되었다.
      • 기존 주택보유자들이 소비지출을 늘이기 위해 대출을 늘인 이유는 무엇일까? 자산효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주택가격이 인상된 만큼, 주택소비의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 합리적 경제주체를 가정한다면 차입제약의 완화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금액이 너무 커서 이보다는 하이퍼볼릭 디스카운트가 더 그럴 듯.

      13. 금융시장에서 있었던 일들
      •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통해 아시아 국가가 배운 교훈은, 중앙은행이 대규모로 달러화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달러표시 대출이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최종대부자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 그래서 신흥국 중앙은행은 대규모로 달러화 표시 자산을 사들였고, 2002년부터 2006년 사이에 그 규모는 7배에 이르렀다.
      • 미국 내에서는 정부지원기관들이 MBS를 발행하여, 모기지 대출을 사들였고, 이것은 pooling을 통해 지역단위의 충격을 벗어날 수 있었다. 정부기관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적격모기지대출만을 사용해서 MBS를 발행했다.
      • 신흥국의 대규모 달러화자산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민간기관도 MBS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부적격자산까지도 포함시켰고 선순위 트랜치와 후순위 트랜치를 구분하여 선순위 트랜치를 안전하게 만들었다.
      • 이 증권화 과정에서 두가지 체계적인 오류가 발생했는데, 첫째는 투자자들이 모기지 채무불이행 위험을 과소평가했고, 두번째는 풀링에 들어오는 여러 모기지들의 채무불이행 사이의 상관관계를 낮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 또한 최초 모기지 발행기관은 증권화를 통해 털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무리해서 모기지 대출을 하려는 유인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허위보고 등 광범위한 사기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 결과가 있다.
      • 신용평가 회사들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보았다.
      • 거품은 사람들이 낙관적(irrational exuberance)이거나, 향후 더 비싼 가격에 이 자산을 사줄 더 멍청한 바보(greater fool)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경우 존재.
      • 비합리적 낙관주의자들이 계속해서 빚을 낼 수 없게 된다면, 거품은 제어된다. 반면 거품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합리적 낙관주의자들이 계속 돈을 빌릴 수 있다고 믿는다면 합리적 투기자들도 시장에 들어온다.
      • (간과된 위험) 투자자들이 발생 가능한 어떤 사건드을 체계적으로 무시한다면, 금융혁신은 은행으로 하여금 위험에 민감하지만 안전해 보이는 증권을 투자자들에게 쉽게 팔아넘기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14. 은행대출 중심주의
      그림 9.1 은행 부문 불안 요인과 은행 대출, p.189.
      • 전미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가장 큰 고충"에 대하 설문조사에 의하면, <판매부진>, <규제와 세금>, <자금 조달과 이자 비용> 세가지 중, 세번째 요인은 5%를 넘은 적이 없다. 첫번째 요인은 2007년 10%에서 2009년 35%로 급증.
      • 그림에서 보면, 신용경색(기업어음과 국채수익률 격차)은 2008년 가을 급등했으나, 곧 가라앉았다. 하지만 기업대출은 2009년 이후 회복되지 않고 급락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침체기 주택소유자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은행의 채권자들과 주주를 구제하는 정책을 폈다. 이것은 은행 대출경로가 막히는 것이 위기의 가장 중요한 도전으로 (잘못)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버냉키 등 정책입안자들이 프리드만-슈워츠를 통해 대공황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15. 부채탕감
      • 모기지 재조정은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나, 시장을 통해서 해결되지 않았다. 
      • 미시적 측면
        • 증권화때문에 채권자는 은행이 아닌 MBS관리 기관과 협상을 해야 했다.
        • 증권화 계약의 다수는 재협상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 신탁증서법(1939)은 MBS 계약수정시 해당 증권 보유자 전원의 동의를 필요로한다고 규정하였다.
        • 관리기관은 재협상과 같은 유약한 모습을 보이면, 다른 채무자들도 전략적 채무불이행을 선택할 것을 우려
        • 이상의 이유로 증권화된 모기지와 그렇지 않은 모기지의 경우 후자가 재협상 비율이 높았다.
      • 거시적 측면
        • 적극적 모기지 원금 탕감이 연방주택금융청과 같은 정부지원기관의 대출금 회수에는 해가 될지 몰라도, 국가전체의 이익이 되는 측면은 무시되었다.
        • 탕감을 통해 채권자와 채무자에게 손실을 분담시키면, 채무자의 높은 한계소비성향 때문에 소비를 진작시킨다.
      • 과거에는 적극적 탕감 정책이 존재했다
        • 1910년대 말, 공황기에 재무부장관 크로포드가 제안한 적극적 부채탕감 정책은 쉽게 의회를 통과
        • 대공황시에는 광범위한 채무조정을 위해 ,주택소유자대부공사가 설립되었고, 금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권리가 의회에서 삭제되었고, 대법원이 인정하였다. 미국 GDP에 맞먹는 채무구제프로그램이 시행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를 통해 주식과 채권이 모두 상승 (채무자와 채권자가 모두 윈윈).
      •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채탕감을 위한 두가지 제안이 있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 모기지관리기관을 재협상에서 제외하고, 정부에서 임명한 트러스티에게 재협상 권한 부여
        • 파산 법원 판사에게 모기지 채무 재조정 권한 허용 (그램다운).
      • 오바마 역시 대선공약으로 크램다운을 내세웠으나, 취임후 추진하지 않았다. 관료들은 나중에 이를 후회.
      • 파산법원 판사의 성향을 이용해서 부채탕감이 수입과 고용증가를 일으킨다는 (상관이 아닌 인과) 연구도 존재.
      • 주택보유자들의 도덕적 해이?
        • 주택소유자들은 집값 버블을 알면서도 채권자를 이용한 주도면밀한 사람들 아니다.
        • 집값하락은 주택소유자들의 통제 밖에 있다. 총체적 충격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공평한 손실분담의 문제
      • 정말 중요한 문제는 어떤 방식의 정부 개입이 소득을 증가시키고 실업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냐는 것

      16. 통화정책과 헬리콥터 머니
      그림 11.1 대침체기 본원 통화의 추이, p.227.
      • 그림에서 보듯 대침체기에 중앙은행이 어마어마한 양으로 본원통화를 늘였지만, 유통화폐는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 그래서 중앙은행이 일반은행으로부터 채권을 사들여서 지준금을 늘이는 방식이 아닌 직접 통화를 민간에 공급하는 방식(헬리콥터 머니)이 고려되지만 이것은 법에 의해 불가능하다.
      • 통화정책이 유통화폐를 늘려 디플레이션을 막는데 무력하였다.


      17. 이자율 정책과 리파이낸싱
      그림 11.2 2010년 당시 깡통 주택과
      리파이낸싱의 관계, p.231.
      • 위기상황에서 이자율 하락을 통해, 가계부담을 낮추는 경로도 있는데, 실제로는 깡통주택에 살고 있는 다수는 낮아진 신용점수 등의 이유로 리파이낸싱을 할 수 없었다.
      • 그림에서 보듯 주별 비교를 통해서 깡통주택의 비율이 높을수록 리파이낸싱 비율이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1.3 급감한 캐시아웃 리파이낸싱, p.233.
      • 그림을 보면, 연준이 저금리 정책을 통해 캐시아웃 리파이낸싱을 유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리파이낸싱은 급락했다.
      • 통화정책이 이자율을 낮추어 대출을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소비를 늘리려는 정책도 무력하였다.


      18. 기대인플레이션
      • 기대인플레이션은 총수요를 진작시킨다.
      • 레버드 로스로 인한 불황일 때는, 경제주체들은 경제가 회복하고 명목금리의 제로 하한을 벗어난 다음에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계속 용인할 것이라고 믿을 때에만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을 가질 수 있다.
      • 결국 불황기에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무책임할 것이라고 신뢰성 있게 약속할 때만 효과가 있을 것이다.
      • 이런 신뢰성 있는 무책임함은 장기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

      19. 재정정책
      • 각종 연구에 의하면, 대침체기에 정부지출의 증가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 재정정책은 원금탕감에 비해 정교한 정책수단이 아니다. 꼭 필요한 사람을 선별적으로 도울 수 없다.
        • 최종적으로 세금으로 충당된다. 이 세금이 채권자에게 귀착되지 않으면 조세탕감과 다른 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
        • 미국에서 세금이 자산보다 소득에 부과될 경우, 고소득자와 채권자(자산보유자)는 다르고, 조세 부담이 채권자에게 귀착되지 않는다.
        • 채권자들에게도 책임을 물게 하는게, 납세자에게 책임을 물게 하는 것보다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이건 잘 납득 안간다....)
      20. 정치적 양극화
      •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자신을 중도주의자로 분류하는 사람들의 비중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70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
      • 매끄러운 정치적 합의는 어려워지고, 모든 경제학자들이 동의하는 올바른 정책이 있다고 해도, 정부가 이 정책을 실행할 수 없게 된다.  

      21. 책임분담
      • 학자금 대출이든, 모기지 대출이든 하방위험이 발생했을 때 손실이 채무자에게 집중되는 경직성의 문제가 있다.
      • 시장이 붕괴되었을 때 채무재조정이 필요하나,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도 이런 정치적 의지를 갖기 어렵고, 대중적 지지를 받기도 어렵다.
      • 이득이 발생할 때는 이득을 나누고, 손실이 발생할 때는 손실을 나누는 금융시스템이 필요하다. 이것은 모기지 대출계약이 debt 성격에서 equity 성격으로 바뀌어야 함을 의미한다 . 
      • 책임분담모기지는 자산가격 상승시 이득의 일정부분을 채권자에게 지불하고, 해당 지역 주택가격 지수가 하락할 경우 상환일정을 재조정하여 손실을 채권자와 분담하게 한다. (개별주택가격하락으로 하지 않는 이유는, 채무자가 의도적으로 집을 훼손하는 것 방지)
      • 책임분담모기지의 장점은
        • 집값 하락시 중간이하 계층의 재산을 보호
        • 압류를 줄이고 소비의 급격한 충격을 방지, 일자리 축소 방지.
      • 책임분담모기지가 있었다고 가정하고, 대침체기의 편익을 추정하면,
        • 2006~9년간 주택자산 감소는 실제 감소의 55% 정도에 그쳤을 것
        • 집값하락 방지로 소비지출 1,500억 달러 증가
        • 손실 채무자에서 채권자로 이전되어 소비지출이 540억 달러 추가 증가
        • 소비지출 2,040억 덜 줄어서, 일자리는 100만개 정도 지킬 수 있었을 것
        • 정부지출승수를 고려하면, 소비지출 충격과 일자리 충격은 더욱 줄었을 것 
        • 손실분담으로 은행이 대출을 늘이는 것에 신중해지고, 거품 방지
        • 이익분담으로 캐시아웃 리파이낸싱을 하면, 자본이득의 일부를 채권자에게 지급해야 하므로, 캐시아웃 리파이낸싱 증가를 억제.
      • 왜 시장에서 책임분담모기지가 등장하지 않는가?
        • Debt 파이낸싱에 대한 광범위한 세제 혜택을 주는데, 책임분담 모기지는 세금감면 혜택을 받는 채무증권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 모기지 시장의 표준적인 상품은 정부가 주도하는데 미국에서는 시도 없었다. 
        • 영국에서는 Help to Buy라는 이름으로 위의 책임분담모기지보다 약한 형태의 equity loan이 도입된 적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미국에서 경기위축을 크게 완화했을 것.
        • debt 파이낸싱이 저렴한 이유는 정부가 명시적 또는 암묵적으로 보증하기 때문이다 (예금보험).
        •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원하기 때문에 채무계약이 이루어진다는 측면은,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것이 한 이유이다. 예컨데 2008년 9월 미국연방정부는 머니마켓펀드를 보호해주겠다고 선언하였다.
        • 또한 민간이 공급하는 초안전(해보이는) 자산은 실제 초안전하지도 않았다.
      • 국가간 책임분담
        • 유럽에서 아일랜드, 스페인 등의 채무국과 독일 등의 채권국 사이의 관계는 레버드 로스 이론의 확장으로 설명가능하다.
        • 쉴러나 로고프와 같은 경제학자들은 국가간 채무계약에 equity 성격을 가미하여 덜 경직적으로 운영할 것을 제안.

      2015년 1월 24일 토요일

      Income Gap: The Estimated, the Ideal and the Actual.

      Sorapop Kiatpongsan (Chulalongkorn Univ) 및 Michael Norton (HBS)의 흥미로운 연구.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 (International Social Survey Programme, ISSP)을 통해 40개국 국민들이 '일반미숙련 노동자가 버는 것에 비해 국내 대표기업의 CEO는 몇배나 더 버는 것으로 생각하는가'와 '이 격차는 어느 정도가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

      그림1) 세계평균으로는 이상적 격차는 4.6배이고, 현실에 대한 추정치는 10배. 각국별로는 차이가 큰데 덴마크의 경우 이상적 격차는 2배, 추정치는 3.7배. 한국은 추정치에서 최고치로 41.7배이고 추정치는 11배 남짓, 대만은 이상적 격차에서 최고치로 20배, 추정치는 33배 정도. (통상 한국은 실제 불평등에 비해 매우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사회로 알려져 있는데, 불평등격차에 대해서 조사대상 40개국 중 가장 크게 추정하는 것은 다소 특이)


      그림2)  미국, 영국, 일본 등 16개 국에 대해서는 AFL-CIO에서 조사한 것이 있는데, 이것과도 비교. (아쉽게도 한국 자료는 없음. 그리고 한국에서는 기업 가버넌스의 특징 때문에 법적 대표이사의 보수가 아니라, 총수 회장님의 보수와 비교해야 할 듯하고. 그리고 SEC는 CEO-AverageWorkerWage 비율을 공시하는 규정을 도입하려고 추진 중인데, 이런 것은 한국적 방식으로 우리도 해보고 싶다. 최고보수를 받는 5인 각인의 보수와 전체 직원 중 median 보수를 공시하는 것..이런 식으로)


      그림3) 젊은이도 노인도, 가방끈 길든 짤든, 스스로의 지위를 하위층이라고 생각하든 상위층이라고 생각하든, 극좌파정당을 지지하든 극우파정당을 지지하든, 소득격차에 대한 예상도 바람직한 수준도 별 무 차이. (당황스러운데, 좀 더 생각해보기로, 해석 불가)



      Links.

      원 논문은 유료. Kiatpongsan, Sorapop, and Michael I. Norton. "How Much (More) Should CEOs Make? A Universal Desire for More Equal Pay."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9, no. 6 (November 2014): 587–593.

      충실한 소개는 Harvard Business Article. Gretchen Gavett   CEOs Get Paid Too Much, According to Pretty Much Everyone in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