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9일 토요일

United States of $$$

얼마전 타계한 Robert Dahl은 1961년 저서 Who Governs의 첫 문장에서 "모든 성인이 투표할 수 있는 나라, 하지만 지식, 재산, 사회적신분, 관료와외 관계 등 모든 자원이 불균등하게 분배되어 있는 나라, 과연 이런 나라는 누가 지배하는걸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경제적 소득과 재산 분배가 극심하게 양극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민주주의 이론도 다시 생각해야하는 것일까? 두 정치학자 Martin Gilens (Princeton)와 Benjamin I. Page(Northwestern)가 다소 이례적인 방법으로 이 문제에 도전하였고, 그 결과물 "Testing Theories of American Politics: Elites, Interest Groups, and Average Citizens"이 조만간 Perspectives on Politics에 게재된다고 한다. (Link for the public access PDF version) 미국의 여러 매체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우리한테도 시사점이 있는 듯.

1. Four Theories

이들에 의하면 이 주제에 대해서는 네가지 이론적 대안이 존재한다고 한다.

  • Majoritarian Electoral Democracy 평균적인 시민이 지배한다.
  • Economic Elite Domination 부자가 지배한다.
  • Majoritarian Pluralism 이익단체가 지배한다.
  • Biased Pluralism 이익단체 일반이 아닌, 재계 이익단체가 지배한다.

2. Data

이런 여러 이론들에 대해서 지지하고 반박하는 수많은 실증연구가 있는데, 이들은 과감하게 통합 테스트를 시도했다. 이들은 우선 정책에 대한 계층별 선호를 조사하기 위해 1981~2002년간 미국에서 전국적으로 시행된 정책에 대한 태도를 묻는 서베이 중 다음 조건을 만족하는 것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 연방정부 정책 대상 (주정부사항,  헌법개정사항, 대법원판결사항 제외)
  • 찬성과 반대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들 (집계가 쉬어야)
  • 응답자의 소득에 관한 항목을 포함할 것 (계층별 분석을 목표로)
  • 정책의 채택 여부를 추적할 수 있는 것들 (이게 결과니까)

이렇게 집계된 것이 총 1,779 건으로, 이 건들의 설문결과를 하나하나 코딩해서(오, 불쌍한 조교들!), 기초 도구로 삼았다. 그래서 저소득층 (소득 하위 10%), 중간층 (중위소득자), 고소득층 (소득 상위 10%) 각각이 각 정책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가를 알아냈다.

다음으로 이익집단의 태도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 주요 이익집단을 선정하는 작업부터 했는데, Fortune 지 선정 주요 이익집단 (Power 25) 리스트를 기반으로 해서, 지출액이 큰 10대 산업단체를 포함했다. 그리고 분석 대상인 1,779건의 정책 각각에 대해 이들 집단이 어떤 태도를 갖는지 각종 자료를 뒤져서 "강한지지", "다소지지", "다소반대", "강한반대"를 부여하였다 (오, 다시 한번 불쌍한 조교들). 그래서 이익집단의 각 정책에 대한 선호도(Net Interest Group Alignment)를 다음과 같이 계산하였다.

NIGA = ln(강한지지수 + [0.5 * 다소지지수] + 1) - ln(강한반대수 + [0.5 * 다소반대수] + 1) 

마지막으로 이들 정책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되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신문, 정부자료, 의회관보, 학술지 등을 다 뒤졌다 (아, 정말로 불쌍한 조교들!!)

3. 결과

우선 중위소득자의 선호, 고소득자의 선호, 이익집단의 선호 세가지를 독립변수로 해서 정책 채택율을 봤더니, 중위소득자의 선호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이들이 선호한 정책이 채택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많이 채택되긴 했는데, 고소득자나 이익집단의 선호와 연동이 될 때만 채택). 반면에 고소득층의 선호와 이익집단의 찬성/반대 여부 (NIGA)는 뚜렷한 영향을 미쳤다.

Click the image for the full size picture. Source: Gilens and Page (2014)

그러니까 위의 설명대안 중에서, 적어도 이 자료는 Majortarian Electoral Democracy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Business Elite Dominance와 Interest Group Dominace는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이익단체의 영향은 대중단체(AFL-CIO 등)와 재계이익단체(NRA 등)의 영향은 차이가 있을까 하는 문제에 도전했는데, 두가지 범주로 이익단체를 구분해서 NIGA를 계산해서 분석했더니 대중단체보다 재계이익단체의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컸다. 그래서 단순한 Majoritarian Pluralism보다는 Biased Pluralism이 작동한다는 것.

Click the image for the full size picture. Source: Gilens and Page (2014)

4. 소감

요즈음 불평등에 대한 연구가 경제학자들의 고립적인 연구에서 점차 벗어나, 경제학-심리학-정치학-교육학-보건학 등 여러 분야의 융합으로, 이론-실증-역사의 다 층위로 확장되는 경향이 뚜렸하다. 그리고 단순히 아카데미아의 논의가 아닌 현실의 정책/정치의 영역과 그대로 연결되는.

Gilens and Page의 이번 연구는 진짜 단순무식하다할 정도로 "노동집약적"인 연구인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일부 억지스러운 것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발견에 의해 기각되거나 수정되는 것도 있겠지만, 중요한 돌파구를 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과 이것이 각고의 노력으로 입증되는 것의 차이랄까. 요즘 젊은 한국의 사회과학자들도 분배에 관한 여러 측면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고, 흥미로운 연구성과들이 나오고 있다는데, 좀 더 관심갖고 찾아봐야할 듯.

참 Robert Dahl의 현대 정치학에 미친 영향은 엄청난 듯. 내가 무식하여 작년 최장집교수님께서 추천해주시고 설명해주시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는데, 요즘의 정치학 논문도 시도 때도 없이 달의 연구성과를 인용하고 있으니. 그리고 Martin Gilens의 역작 두 편 중 Why Americans Hate Welfare (1999)는 <왜 미국인들은 복지를 싫어하는가>로 번역되어 있지만, Affluence and Influence (2012)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는데, 이 책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 책인 듯. 뜻있는 출판인이 나서주길 기원.

PS (April 27, 2014) > 중앙SUNDAY에 압축적인 만평이 실려서 소개


PPS (May 22, 2014) > Economist Magazine에 Gilens and Page의 논문 소개가 실렸는데, 이 기사에서 의외인 것은 Economist지도 부자들이 지나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Economist지 다운 것은 지나친 영향력의 문제를 그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역풍이 불어 금융부분 뿐만 아니라 경제전체에 해로운 포퓰리즘 정책이 도입될까하는 데서 찾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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