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6일 수요일

Positive Assortative Mating and Income Inequality

자존심 강하고 총명하며 사랑의 소중함을 믿는 엘리자베스 베넷은 일견 오만하지만 신중하고 사려깊은 미스터 다아시와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이 결혼에 이르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으니, 한발만 잘못 디뎠으면 엘리자베스는 비열한 하급장교 위컴과 맺어질 뻔했고, 다아시는 술수에 능한 캐서린 공작부인의 딸과 결혼하였을 것이다.

이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는 200년동안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아 왔는데, 조금 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이들의 결혼은 소득분배의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했다. 가문도, 인척도, 재산도 없는 엘리자베스 베넷이 연소득 1만파운드인 거부와 맺어지지 않고, 그보다 훨씬 가난한 위컴과 결혼하였다면, 또 반대로 미스터 다아시가 가난뱅이 아가씨가 아닌 자신과 비슷한 부자인 캐서린의 딸과 결혼했다면, 결혼이라는 것은 부자는 더 부자로, 가난뱅이는 여전히 가난뱅이로 만드는 기제였을 터.

이렇듯 소득분배에서 결혼이 차지하는 영향이 작지 않을텐데, 우리시대의 결혼방식은 분배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긴 경제학자들이 있었으니, Jeremy Greenwood, Nezih Guner, Georgi Kocharkov and Cezar Santos (GGKS)가 이에 대한 분석을 시도. VOX에 실린 이들의 포스팅에서 시작해보자.

1. Assortative Mating Changes

우선 결혼이 비슷한 부류끼리 이루어지는지, 아니면 신분을 뛰어넘어서 이루어지는지 측정하기 위해서 이들은 개인의 교육수준을 고퇴이하/고졸/대퇴/대졸/대학원졸 다섯단계로 구분하고, 센서스 자료를 이용해서 남편의 교육수준과 아내의 교육수준을 비교해서 남편의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는지를 측정했는데, 이것을 Kendall's tau (τ) 로 표시.

Source:  VOX Figure 1. The rise in assortative mating

단순하게 변화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상승하고 있고, 이들이 관심을 갖는 두 시점인 1960년과 2005년을 비교해보면 τ로 측정한 끼리끼리 결혼지수는 분명히 상승

2. Income Inequality Changes

관심을 갖고 있는 두 시기의 소득분배 상태를 비교해 보면, 로렌츠 곡선이 대각선에서 멀어질수록 또는 지니계수가 클수록 분배가 악화된 것인데, 아래 그림에서 보듯 1960년에 비해 2005년에 소득불평등이 심화.

Source: VOX Figure 2. Income inequality, 1960 and 2005

3. Mating Effect on Inequality

이제 이 둘을 결합할 시기인데, 여기에서 필자들의 재치가 반짝. 우선 이들은 결혼이 교육수준과 무관하게, 무작위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소득분배가 어떻게 될까를 계산했더니, 1965년에는 실제값과 거의 차이가 없었는데, 2005년에는 아래 왼편 그림에서 보듯 큰 차이가 발생 (실제 지니계수는 0.43인데, 무작위적으로 결혼을 하였다면, 지니계수가 0.34).

Source: VOX Figure 3. The effects of assortative mating on inequality

다음으로 무작위적인 결혼이 비현실적이니, 방법을 바꾸어서 끼리끼리 결혼 패턴이 1960년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면 소득분배는 어떻게 될까를 계산. 이것이 위 오른쪽 그림인데 이렇게 계산하면 지니계수가 0.35로 이런 가상의 상황도 현실과 뚜렷이 분배차이가 발생.

4. Lawrence Mishel's Critique

진보적 씽크탱크인 Economic Policy Institute의 Lawrence Mishel은 위 연구결과를 비판하였는데, "보수 논객들이 GGKS에 근거해서 분배의 악화는 경제적 성과를 나누는 방식의 변화때문이 아니라, 인구적 요인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주장하게 될 턴데, 이는 위 연구가 잘못된 설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 제일 위의 그림에서 보듯 끼리끼리 결혼지수인 τ를 1980년 이후로 잘라서 보면, 대체로 하락하는 것이고, 실제로 분배의 중요한 악화가 발생한 것이 이 시기이므로, 1980년과 2005년을 비교하여야 한다는 것.

그래서 GGKS의 논거를 그대로 활용하면, "1980년에 비해 2005년은 결혼방식의 변화는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실제 분배는 악화되었다. 그러니 이 시기의 경제적 성과를 나눠갖는 기제가 얼마나 심각하게 악화되었는지 알 수 있다."

확인을 위해 1960년 이래의 분배상태의 변화를 보자. 아래 그림은 John Weeks의 UN/DESA working paper에서 전재한 것인데, 붉은 색 라인이 미국의 Gini 계수로, 1970년대 중반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ource: UN/DESA Working Paper 

5. 평가?

GGKS의 분석은 굉장히 흥미로운 시도임에 분명한 것같고, 한국에서도 누군가가 했으면 좋겠고, 다만 아직 확증이라기보다는 여러 전문가들이 달려들어서 논쟁과 개선작업이 꽤 진행될 것 같은 느낌. 예컨데 끼리끼리 결혼지수도 모두가 동의하는 단일한 것이 아닌 듯. 아래 그림을 보면, 이들의 AEA Papers and Proceedings 발표 논문에는 tau 외에도 delta와 gamma 지수가 등장하는데, 이들도 모두 끼리끼리 결혼지수. 그런데 이들 지수는 1960년 이래로 단조증가. 그렇다면 1980~2005년 기간에 어떤 지수를 쓰느냐에 따라서 끼리끼리 결혼하는 정도가 강화되기도 하고 약화되기도 한다는 뜻. (아마 이런 이유로 지수별 차이가 없는 1960/2005년 비교를 한 것일 듯)

Source: AEA Papers and Proceedings Figure 1. The rise in assortative mating, 1960-2005
그나저나, 직감으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을까? 확실히 끼리끼리 결혼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 듯한데. 고시패스(이건 합격이 아니고 "패스"라고 해야 어감이 산다)를 한 변호사가 뒷바라지 해준 하숙집 딸과 결혼하는 그런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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