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6일 목요일

쇠락해가는 아메리칸 드림

순전히 내 주관적인 평가로는 공공경제학에 있어서 Raj Chetty보다 더 흥미로운 인물은 없다. 그의 글은 늘 접할 때마다 나는 항상 "와!"한다. 그래서 아마 그의 모든 페이퍼가 언론에서 화제가 되는 것이겠지. 작년 말에 체티가 미국의 세대간 절대적 소득 이동성에 관한 보고서를 NBER페이퍼로 발표했을 때 (난 물론 페이퍼가 아닌 프리젠테이션 도큐먼트를 본 것이지만), 이번에도 난 "아 참 대단하다"라고 생각했다.

세대간 절대적 소득 상향 이동성을 '자식이 부모보다 소득이 더 높은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텐데, 이것은 데이터 문제때문에 실증분석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보였다. 자식이 성인이 되었을 때 본인(가족)의 소득 데이터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의 부모가 동일한 나이였을 때 소득이 얼마였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하지만 체티는 센서스 자료와 과세 자료를 종합하여 이에 대한 (거의) 최초의 실증분석을 수행했다. (이러한 데이터 가공의 문제는 내 역량과 관심을 벗어난다, 문제가 심각하면 학자들이 논쟁을 통해 해결할 것이고). 공부삼아 차트를 통해 그 결과를 요약해 둔다.

1. 세대간 소득 상향 이동성

이 그림의 세로축은 '자식이 부모보다 더 실질소득이 높은 비율'이고, 가로축은 부모 소득의 상대적 위치이다. 예컨데 부모 소득이 하위 20%인 경우 자식이 성인이 되어 부모보다 더 소득이 높을 가능성은 대략 70% 정도 되지만 부모 소득이 상위 20%인 경우엔 그 가능성이 60%에 채 미치지 못하게 된다. 위 그림에서처럼 이 곡선이 우하향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차트의 1960이라는 표시는 이것이 1960년에 태어난 인간들의 부모소득과 이 인간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를 의미한다 (이를 1960 코호트라고 하자). 

좀 자세히 얘기하자면, 소득은 '2014년가치로 측정한 연령 30세의 세전 실질 가계소득'이다.


2. 세대간 소득 상향 이동성의 시점간 변화

이 그림을 보면 1960년에 태어난 인간들보다는 그 전에 태어난 인간들이 부모보다 잘 살 가능성이 크고, 그 후에 태어난 인간들은 그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컨데 제일 위와 아래의 1940 또는 1980이라는 표지가 붙은 곡선들은 1940년 코호트와 1980년 코호트를 지시한다.


3. 시점별 절대적 소득 상향 이동성의 평균값의 변화

이 그림을 보면 1940년대 초반 출생한 인간들은 자식이 부모보다 더 소득이 높을 가능성이 대략 90퍼센트 언저리였지만, 1950년대 초반에 70%수준으로로, 1980년에는 50퍼센트까지 하락한 것을 보여준다.


4. 로버스트니스 - 물가상승률

혹시 실질소득을 계산하는 데 사용된 물가상승률에 따라서 이 결과가 달라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답하기 위해 대안적 물가상승률을 이것저것 넣어도 대동소이


5. 로버스트니스 - 세전 세후

세전소득이 아니라 세후소득 또는 세금과 이전소득을 모두 반영한 소득으로 해봐도 역시 대동소이.


6. 로버스트니스 - 연령

기준 연령을 서른이 아니고 마흔으로 바꿔도 역시 비슷


7. 로버스트니스 - 가계와 개인

가계소득으로 측정하지 않고, 개인소득을 측정하면 다를까? 대부분 동일하나 딸과 아버지의 개인소득으로 측정하면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오렌지색). 그런데 이것은 딸과 아버지의 젠더가 다른 효과가 크기 때문이고 (여기에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딸과 엄마의 개인소득으로 한다면 이것도 꽤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시점간 여권차이일 것), 그래서 대세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8. 로버스트니스 - 패밀리 사이즈

가계소득으로 비교했는데, 시점별로 가계구성원 평균값이 달라서 발생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 이를 보정해줘도 비슷


9. 두가지 원인

다시 돌아가서 아래 그림을 보면 1940 코호트와 1980 코호트의 세대간 절대적 소득 상향 이동가능성을 표시한 것인데, 왜 1980년으로 가면 1940년에 비해 상향 가능성이 뚝 떨어졌을까? 원인은 두가지가 있을텐데, 첫째는 소득성장률이 갈수록 낮아져서 자식이 부모보다 잘 살기 어려워졌을 수도 있고 둘째는 불평등이 심각해져서 늘어난 소득이 극소수에 집중되어 다수가 부모세대보다 어려워졌을 수도 있다.


10. 무엇이 더 중요한 원인인가?

체티는 참으로 영리하게도 반사실적인 (counter factual) 상황을 구성하여 분석한다. 첫번째가상적 상황은 1980년대가 1940년대만큼 고도성장을 한다고 가정한 것이다. 이것이 오렌지색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실제 1980년 코호트보다는 세대간 상향 이동성이 개선되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두번째 가상 상황은 1980년대가 1940년대만큼 평등하다고 가정한 것이다 (녹색 점선). 이것은 실제 1980년 코호트보다 뚜렷이 개선되어 오히려 1940년대 코호트와 유사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체티에 의하면 상향 이동성이 하락한 것의 핵심 원인은 불평등 심화이고 보조 원인은 저성장이라는 것.


11. 우리는?

한국에서 누가 좀 이런 시도 안하나 모르겠다. 미국과 동일한 자료야 없겠지만, 그래도 어떻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물론 한국의 만사형통 키워드가 주민등록번호라 과세자료에 대한 연구목적의 공개(물론 적절한 보안 통제 후)만 되면, 쉽게 이 비슷한 분석 할 수 있을텐데 그건 좀 아쉽다. 근데 또 그게 공개되서 분석하면 과세자료는 탈세목적의 은폐문제가 심각하고, 면세자들에 대한 정보가 없고 등등의 추가적 고려사항들이 있겠지만, 그거야 또 뭐 다른 자료 연계해서 보정하고...

좌우간 요즘은 경제학자들 참 대단하다.

Source. 체티가 운영하는 The Equality of Opportunity Project에서 The Fading American Dream 항목에서 NBER 워킹페이퍼, 비전문가용 요약문, 프리젠테이션 자료, 데이터, 주요 언론보도내용 등을 다 구할 수 있다.

댓글 1개:

  1. 정말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정말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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