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6일 토요일

트럼프 스마트하고 치밀한.....

1. 추수감사절 트윗. 트럼프와 크루그만

추수감사절을 맞아 트럼프는,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하면서 트윗을 날린다: "우리는 함께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것입니다. 나는 추수감사절에도 캐리어사가 미국(인디애나주)을 떠나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성과가 있습니다. 곧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반 트럼프 전사인 크루그만은 몇시간 뒤, 트럼프 트윗을 염두에 둔 것이 분명한, 그렇지만 언급은 하지 않으면서, 투덜거리는 트윗을 포스팅한다: "미국 제조업의 핵심은 생산성이 계속 높아져 점차 적은 노동력만을 필요하게 된다는 것, 그림을 보면 알것이고, 그래서 어떤 정책도 제조업의 일자리 감소를 막을 수 없다. 서비스업이 미래 일자리의 원천인데, 아무도 이 얘기를 좋아하지 않지"


나 정말 깜짝 놀랐다. 트럼프의 캐리어사의 멕시코 이전 이야기는 일년 내내 미국 대선에서 중요한 화제였지만, 그저 선거때 급해서 내놓은 (지키지 못할) 공약이라고 생각했는데, 트럼프는 진도를 쭉쭉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트럼프는 당신 생각보다 스마트하고, 치밀하다'는 가설을 만들고 좀 찾아봤다.

2. 트럼프의 선거운동

캐리어사는 지난 2월 10일, 인디애나폴리스에 소재한 에어컨 공장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멕시코의 몬트레이로 옮기겠다는 발표를 하는데, 발표 현장에서 크게 동요한 노동자들은 고함을 치는데, 현장에서 핸드폰으로 찍은 동영상이 퍼져나가면서 미국내에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그리고 트럼프는 3일 뒤 개최된 공화당 프라이머리 토론회에서 이 비디오를 언급하며, 화끈하게 발언한다. "나는 바로 캐리어사로 달려가서 끝까지 해보겠다고 말하겠다. 당신들 계획은 멕시코로 이전하고, 노동자들이 울부짖는데도 1400명을 해고하고, 그런 끔찍한 일이다. 멕시코로 가서 거기서 에어콘 만들고 세금 한푼 안내고 미국에 들어오겠다는 거지. 난 의회로 가서 당신들이 에어콘 수입할 때 세금 매기자고 합의하겠다. 그러니 멕시코에서 생산하든지, 미국에서 생산하든지 알아서 해라. 이건 미국에 해롭고 미국의 노동자들에게 해로운 무역협정으로 우리가 우리 목을 조르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그리고 박수갈채.


나프타에 회의적이었던 샌더스도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지만, 캐리어사의 이전에 대해서 트럼프처럼 집요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리어 노조(Local USW 1999)는 트럼프가 아닌 샌더스를 공식적으로 지지하였다. 조합 내 투표 결과는 밝히지 않았는데, 노조 위원장에 의하면, 샌더스를 지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무역협정의 재앙적 결과로 캐리어사는 천개가 넘는 좋은 일자리를 멕시코로 옮기려고 하고 있는데, 이런 무역협정에 대해서 샌더스는 수십년동안 싸워왔다. 그런 점에서 샌더스야 말로 이런 기업의 탐욕에 맞서 싸울 유일한 후보다. 트럼프는 미국내에 일자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미국 노동자 임금이 너무 높다고 말하기도 한다"

NAFTA가 빌 클린튼 시절인 1994년 발효된 것을 염두에 두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있을텐데, 트럼프는 클린튼과의 본선 첫 토론회부터 캐리어 이슈를 집요하게 제기하였다: "인디애나폴리스의 에어콘 제조업체 캐리어를 보세요. 1,400명을 해고하고, 멕시코로 옮기겠다고 합니다. 수백 수천의 기업들 너무나 많은 기업들이 이렇게 하고 있어요. 더 이상 이렇게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3. 트럼프의 당선 이후

이상은 트럼프의 집요한 선거운동 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뭘 어떻게 할 수있단 말인가? 트럼프는 정말 NAFTA를 완전히 뜯어고쳐 멕시코로부터의 수입품에 고율관세를 매길 수 있단 말인가? 가능해보이지도 않고, 가능하더라도 엄청 시간이 걸릴텐데. 캐리어의 노동자들은 트럼프 당선 이후 상당한 기대감에 부풀었고, 트럼프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거야 이미 선거는 끝난 것이라, 트럼프의 캐리어 약속은 그냥 그렇게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예측들. 

캐리어는 트럼프 당선에 맞춰, 인디애나폴리스에서 해고되는 직원들에 대한 교육지원, 자금지원 등의 유화정책을 폈는데, 트럼프는 더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 나섰다. 캐리어의 모회사인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는 미국의 중요한 방위산업체이고, 미국 정부에 납품으로 매년 50억불씩 수입을 올리는데, 이것은 회사 전체 수입의 약 10%에 해당한다. 

미국내 언론과 전문가들은, 거래의 달인인 트럼프가 캐리어의 멕시코 이전을 막기 위해 이것을 레버리지로 해서,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를 설득(또는 위협)하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있다. 그리고 갑자기 이 아이디어가 확 퍼져서, 인디애나 주의 민주당 상원의원인 조 도널리까지 나섰다: "해고된 노동자들한테 세금을 걷어서, 그 세금으로 노동자를 해고한 기업의 물건을 사주는게 말이 되느냐? 우리는 미국인으로 이 이슈를 함께 할 것이다. 노동자가 성공해야 우리 경제도 성공하는 것이고, 우리의 방산업체도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트럼프의 자신감에 찬 트윗이 퍼져나가고, 아마도 조만간 캐리어는 미국 노동자를 위해 멕시코 이전을 철회하는 발표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모두의 크루그만 포스팅대로 전체 미국에 대한 이야기로 일반화될 수 없을것이고, 특이한 하나의 사례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정권 초반부 지지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고, 지지도를 높일 키 이벤트를 엄선했고, 그것을 달성해 내기 위해 속전속결로 매우 전략적 행보를 펼치고 있다. 그 와중에 민주당 의원도 동원하고, '추석 밥상에 올려' 화제로 만들고 최종적으로 그가 대표를 자임한 노동자의 지지를 견고히 하고 있다. 트럼프 정책의 최종적 모습이 무엇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트럼프가 정말 스마트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심지어 애초 트럼프는 2월에 캐리어 문제를 자기가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을 때부터 방산업체의 특성을 이용할 계획이었을까, 하는 궁금증까지.

PS. 지난 대선에서 대부분의 노조는 클린튼을 지지했다. 어쩌면 노조의 지지와 노조원들의 투표가 다른 대표적 선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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