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더빌트의 정치학자 Larry Bartels는, 며칠전 WaPo의 Monkey Cage 블로그에서 스토니브룩 대학의 Cengiz Erisen 등이 수행한 sumbliminal prime 실험을 소개하면서 민주주의이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들의 실험은 여럿이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피실험자들은 자신에게 제시된 메시지를 읽고 의견을 밝힌다. 예컨데, 이런 메시지: “미국에 들어오고 있는 불법이민자의 수가 지난 6년간 급증하였다." 그리고 독립적인 실험조수가 이 반응이 긍정적이었는지, 부정적이었는지를 평가해서 기록한다. 당연히 피실험자들의 정치적 성향이 영향을 미친다. 이민찬성론자들은 이민반대론자들에 비해서 긍정적인 반응이 38% 더 높았고, 부정적 반응이 34% 더 낮았다.
여기까지야 뭐 당연한 것인데, 이 실험은 숨겨진 무기가 하나 더 있었다. 메시지를 읽기 전에 아주 짧은 시간동안 화면에 다음과 같은 아이콘 중 하나를 '주제와 무관한 자극 (irrelevant stimuli)'으로 노출시켰다. 미소짖는, 찌푸린, 무표정한 얼굴. 효과는 매우 커서, 웃는 얼굴에 노출된 피실험자들은 찌푸린 얼굴에 노출된 피실험자들에 비해서, 부정적인 반응이 42% 낮았고, 긍정적인 반응이 160% 높았다.
Ersen 등은 노출시간이 0.039초로 극히 짧았기 때문에, 피실험자들은 자신이 이런 화면에 노출되었는지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자극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이해했다. 이것은 정치학보다는 마케팅이론에서는 널리 알려진 것으로 subliminal advertising이라고 부르는 광고기법이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음향이나, 영상을 삽입하여 잠재의식에 호소하는 는 것.
이 포스팅 이후에 컬럼비아의 정치학자 (아마도 황승식 교수 등은 통계학자로 분류하겠지만) Andrew Gelman은 이 효과가 너무 커서, 신뢰도에 의문을 표시했고, Bartels는 다시 추가로 답변하는 등 몇가지 설왕설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좀 더 진행될 듯하다. 아마도 원저자들이 나서지 않을까 싶은데.
나도 개인적으로 subliminal effect가 이렇게까지 클까라는 점에서는 의문을 갖고 있다. 내가 마케팅분야 전문가가 아니어서 조금 그렇지만, 상품 광고에서도 이렇게 효과가 분명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 하지만 충분히 관심을 갖을 만한 주제로 생각하고, 좀 더 챙겨볼 계획이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 제15조(잠재의식광고의 제한)는 "방송광고는 시청자가 의식할 수 없는 음향이나 화면으로 잠재의식에 호소하는 방식을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subliminal advertising의 방송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방송광고는 <방송법> 제2조 제21호에서 '"방송광고"라 함은 광고를 목적으로 하는 방송내용물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서, 방송을 통한 정치광고에 subliminal effect를 첨가하는 것이 불법인지는 조금 애매한 듯하다.
Links
- Cengiz Erisen의 실험을 담고 있는 Stony Brook 정치학과 2011년 박사학위논문 (공개, PDF), "Affective Contagion: The Impact of Subtle Affective Cues in Political Thinking"
- Erison이 지도교수였던 Milton Lodge and Charles Taber와 함께 2014년 Political Psychology에 발표한 아티클 (비공개, PDF) "Affective Contagion in Effortful Political Thinking"
- Bartels의 소개, Gelman의 비판, Bartels의 답변은 모두 Washington Post의 Monkey Cage Blog에 포스팅.